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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식감: Taste of Life


성곡미술관 18기 인턴기획전 <식감: Taste of Life>

○ 전시기간: 2012.11.2(금) – 2013.1.6(일)

○ 전시개막: 2012.11.1(목) 오후 5시

○ 전시장소: 성곡미술관 2관

○ 전시후원: LDK

 

성곡미술관 18기 인턴기획전 <식감: Taste of Life>

성곡미술관은 18기인턴 현장실습보고전 <식감: Taste of Life>를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우리 삶에서 음식과 음식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40여점의 설치, 영상, 사진, 조각, 회화 작품들로 구성하고 표현하였습니다. 끊임없이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누구나 삶의 순간에서 느끼는 묵직한 감정들과 곱씹을 만한 생각들을 담담하게 보여주고자 하였습니다. ‘밥을 먹는다’는 행위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식감: Taste of Life

최근 한 유명 쉐프는 “추억의 절반은 맛”이라고 했다. 밥을 먹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배 채우는 일처럼 느껴졌다면, 이 말이 무슨 뜻인가를 생각해 볼 일이다. 음식과 그것을 먹는다는 것(食)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생각(感)하는가?

음식은 물질, 욕망, 영혼 세 가지 차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나의 외부에서 무엇인가가 나의 내부로 들어오는 것이다. 음식은 나의 외부와 내부를 넘나들고 연결한다. 음식이 연결하는 안과 밖은 앞서 말한 세 가지 차원 모두와 관련된다. 안은 나의 몸뿐 아니라, 욕망, 영혼도 포함한다. 나의 밖은 가깝게는 가족, 나아가서는 사회를 포함한 자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음식은 몸을 통해서 물질로써 흡수되고, 욕망은 욕망이나 정서로 흡수되며, 영혼은 정신이나 이상(理想)으로 흡수되어 소화된다. 따라서 음식은 나와 외부 세계를 만나게 해주는 매개체인 것이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생존을 위해서 영양분을 섭취하는 차원에 머무는 행위가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먹음으로써 외부 세계를 느끼고 그것을 통해 우리 자신을 구성해 나간다.

이 전시는 우리가 음식을 대하고, 먹으면서 느끼는 것들에 대한 전시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허기진 몸과 마음을 채워 줄 밥을 먹기 전에 물끄러미 그것을 대할 때,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이 전시 기획의 시작이었다. 음식을 앞에 두고 그것을 바라보노라면, 우리는 그것이 어디서 왔는가가 궁금해지고 그 근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유난히 먹을거리에 애정을 두었던 시인 백석은 국수가 아득한 옛날 한가하고 즐겁던 세월로부터 사계절을 지나, 대대로 나며 죽으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지나서 각자의 사발에 그득히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형식의 음식은 수많은 세월을 지나, 자연으로부터 그러한 형식을 창안하고 향유한 사람들을 거쳐 오는 것이다. 보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음식을 끊임없는 먹어야 하는 일상에서 경험한다. 우리가 매일 전쟁 같은 일터에서 반복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먹고 살기 위해서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밥벌이에서 비롯되는 밥 먹는 행위가 가끔 서글프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행복하고 안정감을 느낀다. 그것은 안정과 귀소(歸巢)에 대한 우리의 본능적 욕구를 음식이 채워주기 때문이다. 음식은 또한 소통의 매개체이고 순환하는 모든 것이다. 음식은 나의 외부와 내부를 연결해주는 것은 물론, 자연과 사회 문화, 지역사회를 넘나들기도 한다. 뉴스에 등장하는 모든 문제는 ‘빵’의 문제가 깔려있다. 그리고 음식 자체의 순환과 유통은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 볼만한 인생의 철학적 문제를 던져주기도 한다. 이 전시에서는 이러한 생각들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세 공간에 나누어 구성하였다. 따라서 1전시실은 생성과 근원, 2전시실은 반복되는 일상, 3전시실은 소통과 순환을 주제로 한다. 각 전시실의 다양한 작업들은 서로 구분되면서도 이어지고 순환한다.

 1전시실은 생성과 근원에 대한 작품들로 구성하였다. 음식은 우리에게 먹을 것이 되기 전 물질로써 지속적으로 존재해왔고, 우리를 통해 소비된 후에도 그 자체로 자연으로 회귀한다. 전시실에 들어가자마자 마주하는 윤영화의 작업은 역동적인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물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언덕을 이룬 소금과 넘실대는 파도는 장엄하고 성스럽다. 우리 육체에는 물론 자연에서도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소금과, 그것의 근원인 바다는 모든 것의 시원(始原)이다. 최혜인의 작업에서 흔한 음식 재료인 야채들은 풍경이 되고 우주가 된다. 또한 한 덩어리의 활짝 핀 브로콜리에는 존재 자체의 절정이 있다.

 2전시실은 음식과 함께 겪는 일상에 대한 작품들로 구성하였다. 아버지로 상징되는 밥벌이와 어머니로 상징되는 밥,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이 이 전시실에서 구체화된다. 2전시실로 올라가자마자 우리는 설총식의 ‘북어인간’을 만난다. 처음에는 조금 우습다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꾸역꾸역 밥을 벌어먹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이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북어가 낚시 바늘에 꿰어져 할 수 없이 매달려 있듯이, 우리는 밥벌이에 평생 대책 없이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어서 부엌이라는 특정 장소를 주목한 안서윤의 사진과 김순임의 누워 있는 할머니를 마주하게 된다. 안서윤은 숙명과 같이 반복되는 음식을 만들고, 먹고, 버리는 부엌에서의 강박적인 노동의 순간을 포착하였다. 그 안에서의 생성과 소멸은 평생 누군가를 거둬 먹인 이의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추석날 수많은 손님의 먹거리를 마련하시고, 이불과 하나가 된 듯 지친 몸을 뉘고 계신 할머니를 보았을 때, 김순임은 그녀의 삶과 존재를 돌이켜 보았다. 음식은 어머니, 아버지로부터 오고 그 음식에는 나와 가족의 이야기가 있다. 이가경은 샤워를 하고 유모차를 열심히 미는, 역사에도 남지 않을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이가경의 작업은 설총식이 표현하고자 한 자리 확보 경쟁에 몰두하는 일상과 구별되지 않는다. 대조적으로 보이는 두 일상은 사실 하나이며, 끊임없이 반복된다.

영상작업이 주를 이루는 3전시실은 음식과 먹는다는 행위가 어떻게 외부 세계로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김월식의 <커뮤니티를 위한 모뉴멘트>에는 계속 배달되는 음식을 먹는 사람들과 그 음식을 받치는 탁자의 한 다리가 되어야 하는 사람이 있다. 배불리 먹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였고 지금도 그것이 대물림 되고 있다는 현실이, 신속히 배달된 풍족한 음식을 이질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 퍼포먼스는 2008년 외국인 노동자가 전체 주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안산 원곡동이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진행되었다. 저마다 사정을 가지고 대한민국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작가는 과거 한국의 산업화를 보았다. 탁자를 받치던 사람이 피로해지면 다른 사람에게 탁자를 들게 하는데, 그것을 이어 받는 사람은 우리 사회에서 누구이며 그는 왜 그것을 이어받아야 하는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이완의 설치 작품들은 사회의 거대한 시스템 속 음식의 유통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의 순환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해준다. 철저한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슈퍼마켓에서 구입하여 먹는 음식에는 정치·사회·경제 문제가 얽혀 있다. 그러나 그 시스템은 겉으로 보기에 너무 자연스러워 우리는 보통 불가항력적으로 순응하게 된다. 작가는 소고기로 거울을 만들고 닭고기로 야구공을 만들면서, 그러한 음식의 유통에 대해, 이 사회의 시스템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음식의 기름이자 기름이 되는 마가린으로 만든 해골에 작가는 <다음 생에 꽃이 되어 그대 곁에>라는 영리한 제목을 붙였다. 작품명과 함께 마가린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더욱 바니타스(vanitas)적이다. 3개의 TV 모니터에 나란히 보여지는 이완의 <cake>은 달콤해 보이는 관계도 만들어지고, 소비되고, 부패되는 케이크처럼 소멸하고 순환함을 보여준다. 유통과정을 통해 완벽한 상품으로 생산되지만 자연에서는 한없이 연약한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는 죽은 참새의 몸에서 자라난 구더기와 대조를 이룬다. 이완의 영상 앞에서 우리는 모든 것의 순환에 대해서 관조적 태도로 생각해 보게 된다.

각 개인이 먹는 음식은 다를 수 있어도 우리는 누구나 생을 다할 때까지 먹어야 한다. 그래서 음식은 개별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음식은, 그리고 그것을 먹는 일은 성스럽고, 때로는 힘겹고, 사회적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상에서 지극히 평범한 행동인 먹는다는 행위와 먹기 위해 존재한다고 흔히 생각하는 음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만한 생각들을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음식을 통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기계적으로 당연한 일이 아닌, 새롭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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