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 『 단란조력발전기(記) 』
장 소 : SPACE99 110-170 서울특별시 종로구 견지동 99-1
전시기간 : 2012년 9월 12일 – 9월 23일
작 가 : 이 아 람
_익숙한 풍경, 너무나도 익숙한.
예의 바른 태도와 밝은 만면의 미소, 여간해서는 흔들림 없어 보이는-여유가 느껴지는 작가 이아람에게서 우리는 작가 그 자신이 말하듯 ‘느슨함’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가가 초기제로 지었던 이번 전시의 제목 <느슨한 풍경>처럼, 넓은 프레임들을 창처럼 투과해 우리가 마주하게 될 풍경은 말 그대로 느슨한 오후를 연상시킨다.
그가 우리를 이끌고 가는 채도 낮은 풍경의 세계는 느슨함과 익숙함의 세계다. 그 모습들은 한가하고, 어쩐지 아련하다.
공간음이 울려오는 것만 같은 풍광들을 앞에 두고 우리는 한 때 그러한 장소와 시간속에 있었던 나 자신으로 되돌아간다. 그 시기, 그 장소에서, 그 시절의 우리는 마냥 따사롭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그 시공을 씨줄과 날줄로 얽어 구성하고 있는 것은 바로 공동체의 사람들과 그들간의 암묵적 합의들, 예컨대 예의와 도덕같은 것임을 깨달을 수 있다. 우리는 공동체 안의 사람들에게 깍듯이 인사해야 했고, 해서는 안 될 행동들을 하지 않아야 했다. 근대교육철학에 의거하여 짜여진 학교 교과과정에서는 삼강오륜을 가르쳤다. 그러면서 동시에 새로운 세계화된 세계에 걸맞는 사람이 되기 위한 창의성이 요구됐다.
poster color on paper. 2012 ⓒ 이아람
개인사적 작업이지만, 그가 펼쳐놓은 개인사의 페이지에는 특기할 사건이 없다.
그것은 대체로 풍경들의 연속이고, 상술하자면 공동체-커뮤니티라는 풍경들의 연속이다. 초 중 고등학교, 낡은 동네, 동네의 스포츠 센터,체육관과 수영장, 제사를 지내던 집, 그 오후의 풍광들-채광이 보드라운-은 우리에게도 있었던 시공이다. 상세한 묘사를 결락시킨 풍경은,뭉뚱그려져서 큰 명사적 풍경이 된다. 학교. 동네. 집안. 그의 개인사는 사적인 역사에서 공통적인 어떤 것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그러한 역사의 풍경은, 그것을 마주한 순간 (우리 모두에게도 명백하게 존재했던) 사적인 역사로 다시금 투사된다.
그가 겪어왔던 시절들, 말하자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커뮤니티의 풍경들 속에서 겪어온 트라우마-작가 자신의 표현대로-는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그러한 과정들을 겪어서 사회의 구성원, 어른이 되었다. 예의와 도덕, 배려와 같은 따뜻함이라는 외피를 갖게 된 어른으로서의 우리는, 그러나 어느새 이 커뮤니티의 ‘어엿한’ 구성원이 되어, 새롭게 일원이 될 모모씨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기는 장본인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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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 볼 흥미로운 리서치 작업으로, 초·중·고교의 교훈 작업을 이야기 할 수 있다. 학교의 교훈과, 교목이나 교조에 나오는 다양한 텍스트들에서 취합한 이번 작업은, 일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근대 전체주의 체제를 드러낸다. 이것은 우습고 아련하기까지 하면서, 동시에 무서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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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사랑이라 부르고” / “나는 폭력이라 부른다.”
중첩시켜 설치한 두 개의 문장이 비정형적으로 점멸하는 네온사인 작업에서, 언제든 상대적인 것이 될 수 있는 관계의 문제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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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운동 리서치 작업 (아쿠아로빅, 권투)에서, 작가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체육관과 수영장 영상 등이 상영된다. 이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진입한 사람들이, 여전히 동네의 체육관이나 수영장 같은 곳을 찾아가, 또 다시 계속해서 지켜야 할 규율과 규칙을 제공해 줄 공동체로 편입한다. 그들은 그 규칙을 준수하고, 상호간의 기대를 충족하는 삶의 방식에서 위안을 얻는, 기묘한 덫에 걸려 있는 것만 같다.
수영장 레인에 도열하여 지시에 따라 동작을 이행하고 있는-그들은 모두 자신의 의지로 수영장에 수강신청을 하고, 돈을 지불하고, 시간에 맞추어 출석하고 있을 것임에 분명하다- 사람들의 풍경을 <안보-Security> 라고 이름지은 것은 어쩐지 의미심장하다.
space99_안지환.2012. 9. 11.
안보 security_oil on canvas. 2011 ⓒ 이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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