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8일
총체적난 극 - 열 둘
오늘은 늘 보아오던 익숙한 장소가 아닌 장애인들이 평소 생활하는 공간인 복지센터에서 그들을 만나기로 하였다. 직업훈련실의 송년회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에 복지센터의 스캐쥴에 따라야만 했기 때문이다. 병원같기도 하고 취업하기 위한 직업훈련소 같기도 하며 쉼터같기도 한 애매한 뉘앙스의 복지센터에서도 역시 연말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흐르고있다. 1년간 어디에 쓰이는 지 알 수 없는 부품들을 세공하거나 조립하며 지내온 직업훈련반 장애인들은 이제 새로운 반 편성과 새로운 복지관 선생님을 맞이한다고 한다. 오늘은 그 전에 1년간 함께 해온 반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그 동안의 노고를 함께 풀고 서로를 응원하는 시간을 갖는 모양이다. 4층에서 진행되고 있는 직업훈련실 송년회는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부터 시끌벅적 하고 다소 흥분된 상태의 분위기가 뿜어져 나온다.
송년회가 진행되고 있는 세미나실 안에는 50여명 정도의 센터 친구들이 북적대고 있다. 그 사이로 매 주 보아오던 총체적난 극 참가자들의 익숙한 모습이 보인다. 직업훈련실 송년회는 노래방 기계와 어린이용 미니 당구대, 여러 종류의 보드 게임들 사이로 엄청난 소란스러움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친구들도 있고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주변을 서성이는 친구, 그 모든 것을 멀찌감치 떨어져서 바라보는 친구도 있다. 노래방 기계 주변에 모여 최신 가요를 다른 박자와 음정으로 거침없이 불러대는 친구들의 노래는 고출력 앰프와 만나 소란스러움이 더욱 증폭된다.
그 옆으로는 시끄러운 소리에 아랑곳 하지 않고 무척이나 어른 스러운듯한 진지한 표정으로 키덜트용 미니 당구대 위에서 포켓볼을 치고있는 두 명의 친구가 보인다. 몇 번의 큐대가 당구대 위로 오가면서 그들은 당구라는 게임에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포켓볼의 룰은 지극히 간소화 되거나 누락되어 있었고 게임의 승패엔 관심이 없어 보였다. 마치 아빠 옷을 몰래 입은 어린아이가 거울 앞에서 어른 스러운 몸짓과 표정을 지어보이는 것 처럼 키덜트용의 조악한 당구대에서 어른 스러운 제스처를 취해보는 것이 그들이 하고 싶었던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노래방 기계 주변에서는 일종의 절제할 수 없는 기쁨들이 과장된 형식으로 증폭되고, 바로 옆의 당구대에서는 정적감이 감도는 분위기에 두 명의 친구가 당구대를 중심으로 서성이며 큐대를 움직인다. 다른 편에서는 보드게임, 가위바위보를 하며 뿅망치로 서로를 과장되게 때린다. 소란과 혼란 그리고 조용한 정적감이 한 공간에서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도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난장이 만들어낸 혼돈적인 풍경은 몇 개의 우주가 겹쳐 있으면서 서로 충돌하지 않고 각자의 운동을 하고 있는 멀티버스 같기도 하다. 그리고 개별적으로 집중된 여러 개의 풍경들이 맥락없이 연속되는 분열 적이기도 한 난장의 상태가 바로 '총체적난 극'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송년파티가 끝나고 난 뒤, 작가들은 총체적난 극 참가자들과 함께 조용한 장소에 모여 일상적인 대화와 안부, 그리고 공연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김월식 작가는 공연에 임박해서도 역시 참가자들에게 괜한 압박감을 심어놓지 않는다. 라면을 끓이거나 탁구를 치거나 춤을 추는 것 처럼 그 동안에 스스로가 좋아했던 것들이나 익숙한 것을 이야기 해본다. 그리고 그들이 좋아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을 그저 보여주는 것이 아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작가로서의 고민 또한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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