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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2013-'총체적난 극'

총체적난 극 11월 27일 -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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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난 극 -

이 날, 만나기로 한 시간 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여 세미나실로 들어섰을 때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 셋 짝을 이루어 조근조근 대화를 하는 모습은 같은 학급 친구들이 익숙한 모습으로 얼굴을 마주하고 사소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분위기와 비슷해 보였다. 눈앞에 보이는 사물과 현상의 스펙트럼을 바라보고 관찰하는 것이 작가가 가지는 많은 프레임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면 그것이 해제된 듯한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주 만남에서 총체적난 극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들이 작가들 사이에서 오가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충들을 털어놓으면서 처음 총체적난 극을 시작하게 된 목적성 자체를 재확인 해야만 했었다. 이 후 작가들은 스스로 가지고 있었던 관찰자, 연출자의 입장에서 스스로 걸어 나와 그들이 관찰하고 있는 풍경 속으로 들어가 홀연히 모습을 감추려는 듯 미묘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림의 하모니카 연주는 보다 안정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하모니카라는 사물과 더욱 온화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몸의 감각을 찾아나가는 것처럼 실력의 상승 보다는 사물과 몸이 만났을 때 더욱 편안한 접점을 찾은 듯 하다. 지난 날 연주와의 차이점은 남들에게 보여주는 연주에서 그저 하는 연주로 이동하지 않았나 추측된다. 재인의 드럼 연주도 마찬가지이다. 패턴처럼 반복되는 박자가 아닌 호흡과 리듬, 다양한 박자로 이루어진 연주는 재인씨 스스로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여유로움과 안정감 있는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현재 재인씨는 모든 참가자 중에서 매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이루어질 공연을 위해 안정적인 무대 컨디션을 만들어 나간다는 점보다 많은 사람들 앞에 안정된 상태에서의 개인으로 위치시켜 볼 수 있도록 운동하는 모습 자체가 중요해 보인다.

복지관 생활을 하며 관계에 마찰이 생겼던 두 참가자도 이 날은 암묵적인 화해의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모든 개개인들의 컨디션은 공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작가들이 공연에 대한 완벽한 모습을 예측 하기란 기상청에서 날씨를 관측하는 것과 같은 당혹스러움으로 남아있다. 장애인들은 공간이나 사람에 대한 변화에 다른 사람들 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사전 리허설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러한 (!)조건들로 인해 최종 공연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은 더욱 베일에 감추어진다. 이로 인해 작가들에게 요구되었던 태도는 결과에 대한 그림을 예상하지 않고 최대한 지연시키는 것과 공연의 모습은 공연과 함께 드러나며 그때야 비로소 알 수 있다는 불가항력적 조건에 대한 일종의 성찰적 태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장애인들의 감각과 행동들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는 공연에서의 장애적 조건들 또한 제거되기보다 (드러난다면)드러나게 하는 것이 총체적난 극이 마주해야할 부분일 것이다. 그러한 공연의 조건은 이미 애초부터 가지고 있었던 근본적 조건이며 따로 구분해서 누락시킬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탁구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불일치한 대화는 이제 총체적난 극이 의미하는 바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장치로 굳혀진 듯하다. 탁구는 스테이지이자 스테이지 밖에서 일어나는 댄스이고 컨트롤 되지 않는 불일치한 감각을 이용해 이루어지지 않는 대화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무미건조한 탁구공 소리와 함께 수많은 전기자극을 생산해내는 탁구 무대에는 많은 참가자들이 오고 가는데 주저함이 없어 보인다. 탁구 댄스는 모든 참가자들의 다양한 조건의 신체를 고스란히 드러낼 뿐 실력과 점수는 거론될 틈이 없다. 수많은 감각들을 만들어내고 피드백 되지 않는 대화 아닌 대화를 건조하게 이어나가는 이 현장은 총체적난 극의 무대장치로 적극 사용될 것이라고 김월식 작가는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