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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2013-'총체적난 극'

총체적난 극 다섯번째 만남 ..미술관을 요리하다.

2012년 10월 23일

<총체적난 극> - 다섯번째 만남
  김보용


오늘은 지난 만남과는 달리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누어 먹는 시간을 갖을 예정이었다. 

많은 참가자들도 기대하는 듯 좋은 반응을 보였다. 

다른 작가들은 요리를 위해 2층에서 먼저 세팅을 하고있었고, 김월식 작가와 모든 참가자들은 1층 세미나실에서 간단한 안부 인사를 나누고 일정을 이야기 한 뒤 요리를 하기로 하였다. 

이 날 모임에는 재인씨와 주환씨가 빠진 총 8명의 참가자가 참석하였고 정란씨는 복지센터에서 하고있는 일 때문에 무리를 했는지 손목에 파스를 붙이고왔다. 석원씨가 클라리넷을 준비해 왔기에 함께 연주를 듣고 2층으로 올라가기로 하였다.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석원씨는 긴 시간동안 클라리넷을 조립하였다. 

조립 부품들의 생김새를 세심하게 바라보고, 아주 느리고 뎌딘 속도로 조립과정을 거쳤다. 

개별적으로 나누어진 클라리넷 몸통을 조립하면서 석원씨의 행동은 마치 과거에 보았던 익숙한
사물을 다시 마주하고 기억해 내려고 하는 것 처럼 보였다. 조립을 끝내고 난 뒤 연주를 하기 위한 준비동작 또한 지난 주와 마찬가지 동작이었다. 

조립과정에서는 구체적인 사물을 보고 기억을 더듬는 것이라면 연주로 들어가기 위한 동작에서는 노래라는
추상적 형태와 몸이 기억하는 운지법의 감각을 더듬는 듯 하였다. 

복지사 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석원씨가 복용하고 있는 약 때문인지 기억하던 것도 잘 잊어버리고, 집에서는 거의 악기연주를 하지 않으며 지낸다고 한다. 지난 주에 연주했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도 석원씨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연주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동작은 10여분이 넘게 계속되었고
사람들의 기다림 끝에 석원씨는 결국 연주를 하지 않았다.

승동씨는 본인이 직접 그린 그림을 가져와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다. 

여러 친구들이 모여서 승동씨의 드로잉 북을 구경하였다.
승동씨의 드로잉은 사람이나 풍경보다 구체적인 사물을 그려놓은 것이 많았다. 연필선은 정적이고 예민한 선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화면에서의 배치는 중앙에 자리잡고있었다. 

승동씨는 집에서도 곧잘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사물을 바라보고 관찰하는 승동씨의 시선, 사물을 바라보고 더듬거리는 석원씨의 시선은 비슷하면서도 엇갈린다. 김월식 작가는 승동씨의 드로잉 북을 집중해서 살펴보고
승동씨의 그림을 칭찬했다.

요리는 2층 전시장의 김월식 작가 부스에서 진행되었다. 요리를 세가지로 정하고 작가와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메뉴는 김밥, 떡볶이, 핫도그였고 그룹이 구성되자마자 바로 요리에 들어갔다. 정란씨와 태윤씨는 모든 팀을 활발하게 다니면서 전체적인 상황을 흥미롭게 바라보며 유동적으로 참여하였고 승동씨와 유림씨는 김밥 만드는 일 자체에 강하게 집중하였다.

숙자씨와 선혜씨도 핫도그를 만들고 빵가루를 묻혀가면서 집중력을 가지고 즐겁게 만들어 나가는 모습이었다. 석원씨는 요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 전체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듯 했다. 병호씨는 단순한 작업을 주로하며
전반적으로 즐겁게 임하였다. 작가들은 손질이나 준비 과정을 나누어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 요리를 만들 수 있게 하였고 누구 하나
뒤쳐짐 없이 요리에 참여하였고 먹는 것을 즐겼다.

식재료를 다듬고 먹을 수 있도록 익혀 서로 만든 음식을 공유하고 입에 들어가기 까지 모든 과정은 사람들의 촉각과 감각을 자극시키며 음식을 둘러싼 사람들 사이에 친밀감과 유대감을 형성한다. 

함께 요리를 해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모든 과정은 사람들의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하였다. 

이번 만남은 지난 만남의 성격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여 참가자들의 다양한 지점을 드러내고 접근해보는 자리였다. 


다양한 시공간을 함께 경험하며 여러 차원에 있을 개인에게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듯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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