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6 총체적난 극
뱃놀이
11월 6일 총체적난 극은 뱃놀이로 예정되어 있었다. 미술관 세미나 룸은 그 쾌적의 정도만큼
어느 정도의 몸동작도 가능하고 토론도 가능하며 무엇보다도 제도화된 공간 특유의 안정감을 유지시켜 주지만, 프로그램이 지속되면서 그 안정적이지만 한정적인 공간이 주는 관성에 대하여 유효성들을 질문해야만 하는 시기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자체 논의의 결과로 뱃놀이라는 다소 낭만적 선택을 모의 하게 된 것이다. 결국 맥락을 바꾸어서 새로운 프레임과 다른 각의 접촉면들의 필요를 느끼는 것은 감각과 조응하는 환경을 고려한 측면이다. 남다른 균형감각을 갖고 있는 구성원들의 몸 특성들은 배라는 불확정적 지면과의 감도 높은 상호작용을 어떻게 흡수하고 밀어내는지 또는 배려하고 갈등하는지 그도 아니면 이 낯선 감각의 체계를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초월적인 감각으로 연동시킬지에 대하여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작가들의 접근성들에 상상력이 필요한 것도 뱃놀이라는 낭만이 필요한 이유가 되었다.
숙제
결국 뱃놀이는 날씨관계로 취소되었다. 전전날부터 내리는 비와 비로 인하여 갑자기 추워진 날씨 혹 당일 비가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비 때문에 빨라진 강물의 유속을 우리가 견디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은 뱃놀이 자체를 포기하는 쪽으로 기울어 졌다. 11월은 모든 뱃놀이가 종료되는 시즌이고 우리에게 다시 뱃놀이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시기는 아마도 총체적난 극이 일단락 된 후의 일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 뱃놀이의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이 분명 아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몸의 상상력을 포기하거나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뱃놀이라는 이벤트는 이벤트 특유의 감정을 소모하면서 몸과 마음의 방전의 상태에서 체내에 숨겨두었거나 아껴두었던 야성과 마주할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라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동안 그 숨겨진 본능의 정체를 마주할 타이밍을 순발력 있게 감지해야 하는 숙제가 남겨진 것뿐이다.
이름값
뱃놀이의 무산과 조강이 배우의 환우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몸과 소리반응을 주도해오던 조배우의 부재는 당일 프로그램의 난항을 예상하게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객관적 모니터링을 담당하던 김보용이 개인적인 바쁜 스케줄로 당일 참석이 어렵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장애우들은 특성상 기후변화와 환경변화에 민감한 편이라 구성원들의 부재도 그러하고 비바람의 날씨도 전반적인 컨디션에 평상심을 유지시키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한다.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총체적난 극이라는 우리의 프로젝트가 이름값을 하는 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분위기를 간파라도 하듯 재원을 지원하는 재단에서 모니터링을 나왔고 지역의 언론사에서도 취재를 나왔다. 이정도면 총체적난국이 아닌가?
미끄러짐
김월식 작가는 그동안 조강이 배우가 진행했던 몸의 움직임을 몇 가지만 편집하여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시도한다. 특히 지난 시간 진행했던 발성에 대한 훈련과 자율적 움직임에 대한 패턴 만들기를 복기한다. 소리가 식도와 성대 주위의 근육들을 두드리고 이 두드림의 파장들이 몸에 신호를 건다. 각 세 팀이 만들어 놓은 5개씩의 움직임 패턴들은 8박자의 리듬을 타고 시간을 조율하기 시작한다. 일반적 8박에 로딩이 걸려 시간을 분해하고 그 분해된 시간들이 박자의 앞뒤에 결합하여 추상적인 시간을 만들어 낸다. 추상 표현주의 화가 폴록의 드롭핑이 회화적 시간이다. 어떻게 보면 이 촌음의 시간차에 질문을 던지는 행위가 총체적난 극의 접근법이 아닐까? 느린 속도의 인지와 실수, 신체적 한계와 감각을 넘어서 보려는 시도, 미처 깨닫기도 전에 밀려오는 다른 동작의 연산들의 관계 사이에서 우리는 계속 미끄러진다. 아마도 깨달음은 이런 미끄러짐의 반복 속에 존재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해본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 날
당일은 아무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로 기록된다. 석원은 복지관에서나 집에서도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신서영 복지사로부터 전해 듣는다. 석원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복지관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직업 훈련을 받는데 가장 근접한 거리에서 오랜 시간 석원을 케어하고 관찰해온 입장에서의 의견이라 석원의 현재 상태에 대하여 비교적 객관성 있는 판단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석원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신 세미나 룸 한켠의 의자에 않아 특유의 표정으로 이 모든 상황을 진단하는 듯 보인다. 편안하게 보이다가도 입으로 눈앞의 상황에 대하여 자신만 들을 수 있는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듯 보이는데 사람의 신경계가 갖고 있는 속도감들을 로직하게 풀어서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 같다. 사실 이 부분은 매우 놀라운 경험이다. 쪼갤 수 없는 순간에 자키를 밀어 넣어, 늘려서 그 내부를 공개하는 신비로움이다. 영토를 개간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재인은 늘 추던 춤을 당일 날 사양 했다. 아마도 엠피스리가 준비되지 않은 듯 보였다. 그런데 단체로 몸동작의 행위가 시작되고 작가들이 틀어 놓은 음악들이 흘러나오자 자연스럽게 춤을 추기 시작 했다. 재인의 춤은 음악과 함께하면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관성처럼 느껴지는데 중요한 지점은 가끔은 집착처럼 보이는 고집스러운 춤이 아닌 자연스러운 반응의 춤이 기존의 춤에 비해 더 유연하고 즐거워 보인다는 사실이다. 의지와 반응 사이의 거리 안에도 총체적난 극의 질문이 필요하다. 다른 친구들 역시 당일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고 아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별한 날이다.
데이트
뱃놀이를 포기하는 대신 당일 우리가 선택한 판단들은 데이트다. 작가와 친구들 세 명이 함께하는 데이트. 공개적인 자리에서 풀어낼 수 없는 이야기들과 행위들을 조금 미시적인 거리에서 풀어보자는 의미의 선택이다. 각자 짝을 이루어 미술관 곳곳으로 데이트를 시작한다. 당일 우리는 매우 짧은 데이트를 가졌고 이제 겨우 자신의 말을 아주 조금 건넸다.
송미경, A양,B군 ( 개인적인 이야기가 포함 되어 있어 친구들의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함)
A의 경우 복지관에서의 시간외에는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TV시청으로 보낸다. 드라마 보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최근에는 KBS드라마 ‘미스터 김’에 빠져있다. 드라마가 끝나면 9시 부터는 케이블에서 애니메이션을 시청할 정도로 TV를 좋아한다. 미남배우 송중기를 좋아하여 최근 개봉작 ‘늑대소년’을 보고 싶어 한다. 영화 역시 매우 좋아하여 신작 영화는 거의 모두 보는 편이며 주로 엄마와 같이 보러 다닌다. 드라마와 영화 외에는 축구를 좋아 하는데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순전히 박지성 때문이다. 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의 서사구조를 좋아하고, 그 극중 인물에 매료되고 카리스마 있는 주인공을 좋아하는 일반적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A양
B군의 경우 화,수,목,금요일에는 음악학원을 다닌다. 트럼본과 노래보컬을 배우지만 목소리가 얇다고 스스로 판단하여 자신감이 부족해 보인다. 본인 자신은 실용음악과에 진학하고 싶은 희망이 있는데 경제적 활동에 음악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듯 보인다. 실재로 잠재력이 많아보이지만 많이 감추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곽동열, C양과 D군
C양의 경우 평소에 매우 활발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듯 보인다. 움직이는 것에 다소 소극적인 편이여서 몸동작에 부끄러워 하는 듯 보이지만 때로는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다. 당일 곽동열 작가와의 데이트에서는 다소 어두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린 시절에 혼자 있었던 기억이 많았고 아버지가 현재 많이 아프다는 사실을 말하고는 평소 밝은 표정이 곧 어두워지며 한숨을 쉬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언니들이 둘 있지만 집에서 살림을 도맡아 한다. 집에 가면 설거지와 밥짓기를 하고는 아무것도 않하고 않아 있는 시간이 길다. 직업을 갖고 싶은데 좀처럼 쉽지 않다. 취직을 한 적이 있으나 얼마 되지 않아 그만 둔 경험이 있다.
D군의 경우 집에서는 인터넷 게임을 주로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축구하는 것이 유일하게 움직이는 시간이다.
이아람, E양
E양의 경우 얼굴을 가까이 하고 이야기 해야만 의사소통이 수월하다. 소수의 사람이랑 있을 때는 활발하지만 다수의 사람 앞에서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다. 시스타와 티아라의 춤과 노래를 좋아하고 실재 이아람 작가 앞에서 시스타의 노래에 맞추어 아주 적은 움직이지만 정확하고 섬세하게 춤을 추었다. 슈퍼주니어의 려욱을 좋아하는데 이 말을 하면서 함박웃음을 지어서 그 정도를 짐작하게 했다. 라면을 끓일 수 있다. 그래서 인지 E양의 경우 요리 프로그램에서의 집중도와 밝은 표정을 떠올리게 했다. 신라면과 삼양라면을 좋아하고 날씨에 민감한 편이라 기후가 좋지 않은 날에는 컨디션이 다운되는 것을 타인들도 쉽게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이다.
고재필, F양과 G군
F양과G군은 평소 과묵한 편인데 평소처럼 별 이야기 없이 데이트라 끝나 버렸다.
김월식과 H군과 I군
H군의 경우 친구들 중 가장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 이지만 집중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하지만 얼굴을 맞대고 진지하게 대화를 청하면 정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당일 대화중 듣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전래 동화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흥부와 콩쥐의 선행과 심청이 아버지의 존재감들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고 집에서 컴퓨터에 심취하여 컴퓨터로 게임도 하고 많은 영화들도 본다. 모두들 그렇지만 자신에 대하여 스스로 말하기를 불편해하는H군의 경우 실재 많은 시간 자신만의 세계를 즐기기 위해 다양한 재능을 활용하는 듯 판단된다.
I군의 경우 당일에는 씨름 이야기만 하면서 줄 곧 씨름을 하자고 제안 한다. 최근 씨름을 해 보았던 경험이 매우 즐겁게 인식 되어 있는 듯 보였는데 샅바 착용에 대하여 질문을 많이 던진다.
이 날의 데이트는 20분 정도의 짧은 데이트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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